월간미술 2023년 8월호. [뮤지엄에서의 게임 그리고 플레이] 특집
인터뷰 기사. 하도경 기자.


룹앤테일(Loopntale)은 김영주, 조호연으로 구성된 게임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듀오다. 비디오게임,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 관객참여극, SNS를 활용한 공동 창작 등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에서 게임 메커닉의 실험을 기반으로 작품을 구현한다. 개인전 《Ro》(탈영역우정국, 2023)를 비롯해, 참여 전시로는 《Collective Worldbuilding》(HEK 바젤, 2023), 《언폴드엑스》(아시아문화전당, 2022), 《Hybrid by Nature》(독일문화원, 2021), Play Societies (베이징 현대모터스튜디오, 2020), 《States of Play》(FACT 리버풀, 2018) 등이 있다.
게임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김_이전까지 저희는 저희를 게임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는데 요즘에는 작가라고 소개해요. 그 이유는 일단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만든 게임은 어디서 다운 받을 수 있어요? 앱스토어에 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듣다 보니. 그때마다 저희는 플랫폼이 다르다고 말해요. (웃음) 예를 들어서 영화의 경우 이미 상업 영화가 무엇인지 대중들의 머릿속에 있고 독립 혹은 예술 영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나 다른 기대치가 있고요. 그런데 게임은 다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저희는 전시 기반의 게임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관람자들에게 경험을 만들어주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모바일로는 출시 안 하냐고 늘 물어봐요. 이는 저희에게 다른 맥락인데 말이죠.
작업 과정에 대해 들려주세요.
조_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작업에 착수해요. 리서치 주제들이 그때그때 있는데 또 꽂히는 것들이 있어요. 그 부분을 제일 잘 담을 수 있는 메커닉이 뭔지를 가장 먼저 정해요.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저희는 전통적인 게임 메커닉들 중 어떤 플레이 방식이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매개하는데 어울릴까 고민하죠. 이를테면, 일상에서 대화하는 방식이 다양한 것처럼 스토리 비중이 강한 어드벤쳐 게임들은 주로 할 말이 많아요. 즉 플레이어에게 말을 많이 거는 게임, 들어주는 게임 등 게임의 대화법이 다양해요. 물론, 게임 메커닉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산업마다, 디자이너마다 정의하는 게 다르긴 하지만 저희는 다양한 문법들, 대화법에 대한 것을 메커닉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김_게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플레이될 건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는 이상, 전시용 게임을 만들 때는 어려운 점들이 좀 있어요. 특히 저희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많이 만들어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약간 주춤하긴 했어요. 입장 제한 인원이 생기면서 그때부터는 싱글 플레이를 만들게 됐죠.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게 미술관에서 서너 명을 한 번에 모아 플레이하게 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고요. 한 사람이 플레이하고 나가고 또 다른 사람이 중간에 껴들어서 플레이하고 나가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야 되고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게임을 선호하게 됐어요.
작업 과정에서 어떤 점을 특히 신경 쓰나요?
조_게임 하는 시간이 최소한 어느 정도 걸리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관람자에게 주지 않는 이상, 너무 오랜 기간을 붙잡아 놓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플레이 타임이나 루프 되는 시스템 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게임이라는 대상은 게임 메커닉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 우리가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어떤 키를 눌러야 점프하고, 앞으로 가는지 등에 대한 거요. 인터페이스가 복잡한 게임의 경우, 사람들이 이해해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되도록이면 1분 정도 내에 이해되는 방식으로 만들려고 해요. 전시 공간에서 따로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튜토리얼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사람들이 그냥 바로 플레이 하면서 보는 거기 때문에 굉장히 고려를 많이 해야 해요.
김_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플레이 하면서 작업을 수용을 하는 거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는 누가 플레이를 할 건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요. 플레이 할 사람, 예상되는 관객층이 얼마만큼 인터페이스를 이해하고 컨트롤러를 이해하는가가 시작 단계고요.
플레이 해야 게임의 당위성이 생긴다고 보나요? 하지만 뮤지엄이라는 공간에서 플레이를 하기까지 제약이 많죠. 전시장에서 플레이 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다고 보나요?
조_이게 항상 고통스러운 문제인데요. 비단, 전시장만의 문제는 아니고 게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게임 방송을 요즘 굉장히 많이 보시더라고요. 저희는 거의 예능처럼 틀어놓거든요. 그렇게 유튜브로 게임 방송을 보다가 취향이 맞는 게임이 나오면 직접 사서 플레이 해요. 그렇지 않은 게임은 그냥 예능 보듯이 많이 봐요. 게임이라는 인터랙티브한 매체가 어떻게 보면 거기에 투자할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어야 되는 거예요.
김_미술관에 있는 게임들은 단순히 오락적인 시간을 보내는 거 외에도 메시지나 어떤 주제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 던진 장치들도 많잖아요. 사실, 저희는 플레이 안 할 사람들을 위한 작업을 마련해놓기는 해요. 영상을 따로 재생해놓는다거나 주로 많이 쓰는 방법이 SNS랑 연동하는 방식이에요. 저희가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전시장에서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그 이면의 이야기를 보고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게임에 참여는 안 했어도, 스토리를 추적할 수 있고 일시적으로나마 커뮤니티가 구성되는 경험을 간접적으로라도 제공하고 싶어서요.
조_여기서 플레이를 한다는 게 무엇이고, 어떤 범주까지 플레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컨트롤러를 가지고 가상 세계에서 플레이하지 않아도 어떤 환경 안에서 행위를 통해서 일시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포함해서 저희는 게임 메커닉으로서 플레이라고 정의를 하는데요.
김_전시 공간을 고려했을 때 오래 머물러서 플레이 하는 환경이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물론 게임이 엄청 재미가 없거나 어려워 보여서 관람자들이 플레이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그것이 공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애초에 게임 자체가 의도했던 플랫폼과 타겟층이 분명히 있는데, 그곳과 다른 환경에 놓으면 당연히 플레이 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요.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뮤지엄에 들어온 게임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
김_플레이 안 했다고 그 게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근데 게임이라는 대상은 플레이 했을 때 느낌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전시장에서 아이들이 주저 없이 게임을 해보고 저희가 숨겨왔던 걸 발견하면서, 자신을 게임에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더라고요. 전시장에서 많은 분들이 게임 컨트롤러에 대해 낯설어하시는 상황을 보며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저희가 가끔 게임 만드는 워크숍을 하면 학교에서 코딩 수업의 일환으로 게임을 만들어 본 중고등학생들도 〈오버워치〉, 〈롤〉 같은 특정 장르의 게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는 해요. 그때 게임이 일상으로 들어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입견도 여전히 뚜렷하다는 체감을 하게 돼요. 그 맥락에서 뮤지엄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또 있는 것 같아요.
조_저희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열심히 작업하고는 있는데 ‘과연,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들어갈 가장 이상적인 공간인가?’라는 질문을 늘 해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제일 나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읽어봐 주려고 하는 관객들이 있는 것이 커요. 만약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플레이하는 누군가를 유심히 보면서 읽어봐 주려고 하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