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게임 Personal Games

*26 July 2013 / Seoul*

게임메이킹 워크숍 구상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와 연관된 게임 아이디어를 생각하다가, 몇 년 전 Jason Rohrer 의 GDC 발표를 떠올렸다. 종교로서의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였는데, 소도시의 시장이었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유산들에서 착안을 얻어서 Chain World 를 발표했다. Chain World 는 USB에 담긴 마인크래프트 맵으로, 한 번에 한 사람씩 전달받아 할 수 있는 게임인데 각각의 플레이어가 신처럼 다음 플레이어를 위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있지 않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USB도 지금은 행방이 묘연함) 여기서 재미를 들렸는지 올해 공개한 A Game for Someone 은 미래의 누군가를 위한 게임이라며 만들어 놓고는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본인이 직접 묻어놨다. GDC 발표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1,017,000개의 GPS가 담긴 종이를 나눠줬는데 하루에 한 장소씩 뒤져도 2,786년이 걸리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게임으로 오랫동안 묻혀있을 수 있을 거란다. 이 게임을 발표할 때도 짓는데 3백년 걸린 대성당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의미를 두는 작업에 대한 컨셉을 이야기했다.

Jason Rohrer는 그가 만든 인디게임들이 메타 게임이나 게임 문화에 대한 이슈를 불러일으킨다는데 의미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 The Castle Doctrine에 대한 RPS 인터뷰에서 Jason Rohrer는 자신의 게임은 “personal art”라는 표현을 썼고, 메인 캐릭터는 자신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 맥락에서 봤을 때는 질문의 요지에 다소 어긋난 세련되지 못한 답변이었지만. 논란이 생기자 그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정리해 놓았다(지만 그걸로 더 까임;)

“Personal game”이라는 용어는 젠더, 인종 등의 문제를 다룬 소수자들의 게임과 관련해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미국 헤테로 백인 가정의 남성 가장이 만든 게임은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뭐 정치적 입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총기 소지를 합법화해야한다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나아가 그것을 옹호하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게임 플레이 자체만 놓고 봐도 썩 유쾌하진 않았다. 이웃 마을을 약탈하고 자신의 마을을 방어하는 비슷한 매커니즘을 가진 SNS 기반의 게임들은 별 생각없이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게임 플레이와 작가의 스테이트먼트와 논란이 전개되는 양상들이 더욱 흥미롭다. 게임을 하면서 게임 디자이너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철학을 읽을 수 없거나, 혹은 그것이 게임에 묻어있는 채로 몰입적 게임플레이를 타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이런 지점들이 인디게임들을 통해 밖으로 논의될 수 있는 것 같다. 별 이유없이 총질하는 게임과 총기소지를 옹호하는 게임 디자이너가 만든 총질하는 게임은 각각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학기 중에,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에 대한 게임 아이디어를 내보는 과제를 낸 적이 있다. 그 때도 몇몇 아이디어들을 보고 충격에 빠졌었다. (군대 문화나 북한에 대한 시각이라든가..) 별 얘기 하지않으려다가, 당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은 이런게 있다는 첨언으로 가볍게 넘어갔었다.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다양한 측면과 함께 “art game”이나 “personal game”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Jason Rohrer는 참 흥미로운 사람이다. 더 많은 논란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재밌는 건, 내게 가장 인상깊게 남은 그의 게임(아이디어)들은 ‘(거의) 아무도 플레이하지 못한 게임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종류 게임에 있어서 더 중요한 문제는 그 게임을 (거의) 하지 않고 사람들이 비판을 한다는 점인 것 같다. The Castle Doctrine 도 재미가 없어서 오래 못함..ㅠ 무엇보다 게임플레이가 더 재밌고 흥미로워야 한다.